2023. 12. 6. 14:09ㆍ카테고리 없음
역시 내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 첫날 마주친
그 호텔 (매니져인지 주인인지 모르겠다)이놈의 외모와 말투에서 어느 정도 오늘 이
상황은 예견이 되었다. 힘든 하루 런던 여행에서 돌아 왔더니 방이 전혀 정리 되지 않아
있었다. 뭐 애시당초 그건 바라지도 않았으니까 근데 타월 두장을 보충 해 달라고 여행 출발전 노파심에 메시지를 보냈었는데 돌아와보니 타월도보충이 안 되어 있다. WiFi도 안 되 짜증이 머리 끝에서 끝까지 폭발하기 직전인 상황에 왜 타월이 보충 안 되었냐고 그 짜증나게 생긴 면상에게 정말 젠틀하게 물었더니 적반하장도 이런게 없다. 한심한 표정으로 “우리가 5스타 호텔인줄 아느냐, 젖은 수건 밖에 없다 원래 하나 가지고 이틀 쓴다” 이러고 있다. 정말 이런 대답이 나올줄 상상도 못했다. 내가 귀차니즘 100레벨이라 왠만해선 리뷰글 올리지 않는데 이건 도저히 못참겠다 귀국하는대로 제일 먼저 슈퍼 울트라 비난의 글을 올려야 겠다.
오늘은 아들과 함께 이른 아침 이층 버스를 타고 타워브리지로 이동해 열심히 핸펀 카메라 눌러 된 후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차례로 구경하고 버로우 마켓에서 정체불명의 해산물 치킨밥을 먹은 다음 오전 일정을 마무리 했다. 걷고 전철 타고 또 걷고 하는 고된 일정의 연속이라 아들이 엄청 힘들어 하는 기색이 보여서 ”이러면 앞으로 여행 어떻게 하니 더 힘들텐데“ 소리좀 쳤더니 잠을 못자 오늘만 힘든 거란다. 사실 어른인 나도 힘들긴 하다. 아들에게 최대한 많은것을 보여 주려 했는데 아무래도 체력적인 부분을 감안하지 못한것 같아 미안하다.
오후에는 23년만에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만난 영국 여사친을 영국의 한 쇼핑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정작 도착 했다는 메세지를 받고 30분을 기다려도 안오는 게 아닌가 결국에는 똑같은 이름의 쇼핑몰이 하나 더 있었고 힘든 몸을 끌고 전철을 타 40분을 다시 이동해 그녀를 만날수 있었다. 첫 만남에 우리 모두 23년이라는 세월의 흔적을 서로의 바뀐 외모에서 확인 할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하나도 안변했네, 넌 정말 우아하다” 이런 인사말이 우리 맘을 대신하고 있었다. 뭐 막을수 없는 세월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저 23년 전에 인연을 만들었고 그 인연이 지금까지 소중하게 이어진다는 것이 중요한거지. 우리의 이야기는 흥이 있었고 즐거웠다. 뭐 한가지 슬픈 현실이지만 그녀가 확인시켜 준 건 전 세계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기준은 틀리지 않구나 였다. 내 아들이 나를 안 닮고 훨씬 잘 생겼다고 한다 뭐 아들 잘 생겼다고 하니 기쁨이야 이루 말할수 없지만 왠지 씁쓸하다. 23년전 같이 간 다른 모든 친구들이 썸씽이 있었지만 나만 아무일도 없었다. 심지어 영어를 배우러 와서 방에만 갖혀 독신 홀애비 같은 놈도 외국 여자와의 눈물없이 못보는 러브스토리가 있었는데 나만 나만 아무 일이 없었다. 그래 우리 둘째놈이 아빤 못생겼어 뚱뚱해 라고 매일같이 나를 놀리는데 10살짜리 아들놈도 못생김의 기준은 확실히 파악 하고 있는 듯 하다. 그 걸 오늘 그녀가 확인 시켜준 자리였다. 하하 그래도 아빠를 끔찍히 생각해 주는 멋진 아들이 있어 난 행복하다.
내 아들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그런데 이놈의 호텔 아저씨가 산통을 다 깨고 기분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다니 세상은 정말 항상 좋게 흘러가지는 않는것 같다.
난 여전히 시차를 적응 못하고 이 시간에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말 힘들지만 오늘은 이 머저리 같은 호텔을 뜬다는 사실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감을 나에게 주고 있다.





